인간의 어둡고 잔인함이 돋보이는 아웃라스트 트라이얼은 엔딩 또한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게임 속의 증거(단서) 리포트를 수집하여 등장인물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읽었지만, 마지막의 모습은 필자도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매번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제야 나만의 주관적인 해석을 시작해 본다.
작별(Farewell)
아웃라스트 트라이얼의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프로그램 X 임무를 모두 완수하고, 반드시 피실험체 해방 프로토콜을 혼자서 클리어해야 된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마지막 임무 자체가 작별(Farewell)이면서 동시에 인트로(Intro)에서 보았던, 저택이 나온다.
참고로 이번 글은 엔딩에 대한 스포일러 요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캐릭터 환생이 1회라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라면, 아래 링크를 통해 게임 플레이를 모두 마치고 보는 것도 권장한다. 그러나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계속 읽어도 좋다.
[피실험체 해방 프로토콜 공략] https://robbi.tistory.com/21
인트로에서는 자신의 공적 및 사적 기록을 분쇄하여 모두 파기했다면, 환생 과정에서는 자신의 기록들을 다시금 원상태로 복구시킨다. 이 의미는 플레이어가 머코프 시설 내에서는 어느 무엇도 아닌, 그저 세상과 단절된 실험체였음을 뜻한다.
따라서 이제 원래의 세상으로 나가야 되므로, 새롭게 꾸며진 기록들로 채우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여기서 환생은 생존에 대한 기회가 아닌, 다른 자아와의 만남이자, 뒤바뀐 삶의 시작이다.
플레이 내내 나를 지극히 괴롭히던 구스베리의 사진은 마치 퇴소를 준비하는 훈련생 눈에 비친 교관의 모습이다. 메인 보스의 역할을 똑똑히 하던 리랜드 코일(Leland Coyle)과 마더 구스베리(Mother Gooseberry)도, 머코프 정신병원에서의 역할은 결국 강한 병기를 만들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 생각되었다.
아웃라스트 트라이얼에는 각 방마다 특이한 구조의 영화관이 있는데, 이곳은 세뇌를 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쇼를 좋아하는 구스베리의 무대이다. 영화 릴을 교체하면, '작별 인사를 할 시간입니다. 지금까지 배운 것을 세상에 전파하세요.'라는 독특한 멘트가 나온다.
이때 화면에 등장하는 메시지가 '거미, 눈, 양'이며, 주파수 장치를 조절할 때에도 해당 문구가 계속 언급된다. 게임 속의 단서 찾기와는 사뭇 다른 명사인만큼,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필자는 가장 궁금했었다. 참고로 엔딩에서 한 번 더 나오니, 밑에서 더 상세히 알려주겠다.
피실험체 해방 프로토콜의 마지막에는 캐릭터가 더 이상 엘리베이터가 아닌, 다른 문으로 나가게 된다. 이때 문에는 'EMPLOYEES ONLY'라고 적혀 있는데, 머코프 시설 내부 출입이 불가능했던 플레이어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물에 빠진 뒤에 빛을 향해 걷는 장면이 연출된다. 기존에 아웃라스트 1과 2를 했던 유저들은 이러한 스토리 장면에서 전작과 비슷한 오마쥬가 있음을 깨닫는다. 넓고 평평한 바다 위에서 빛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게 되면, 끝은 무(無)로 가득한 어둠으로 뒤덮인다.
아웃라스트 트라이얼 엔딩
피실험체(Regent)는 호텔 내부처럼 보이는 외딴곳에서 일어나게 된다. 손과 침대에는 혈흔이 묻어 있고, 바닥은 마치 자신이 걸어온 듯한 붉은 발자국이 남아 있다. 캐릭터가 신음과 함께 강하게 머리를 젓는 것을 보아, 이전에 장착된 야간투시경이 이제는 없어진 것 같다.
바닥의 뚜렷한 발자국을 보면, 누군가의 부축에 의해 이 장소로 온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외부 세상으로 나온 피실험체가 아직도 세뇌 상태임을 암시하며, 결국 머코프 사(Murkoff Corporation)의 조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음을 알려준다.
창문 밖은 아웃라스트 트라이얼에서 볼 수 없는 이국적이고 밝은 분위기로 자세히 귀를 기울여보면, 총성이 계속해서 들린다. 밖에는 공산주의 국가인 쿠바 국기가 걸려 있고, 엔딩 배경은 냉전이 발발했던 1950년대로 추정된다.
해당 연도에 첩보원이 잠입, 사보타주, 기밀 정보를 입수하던 중요한 시기였으며, 쿠바에서는 미사일 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어쩌면 게임 속 플레이어는 스파이 혹은 요원의 역할로써 머코프 사의 명령을 따르고 있는 것 같다.
주변을 살피는 중에 창문 앞에 위치한 전화기에서 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전화를 받는 순간에 캐릭터의 동작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마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듯이 손을 천천히 떨며 수화기를 든다.
그러자 스키너맨의 정신 이상 상태처럼 호텔 내부가 혈관을 두른 듯이 바뀌고, 창문 너머로 이스터맨이 나타난다. 이때 이스터맨은 아웃라스트 트라이얼(The Outlast trials)의 엔딩 멘트로 'Spider, Eye, Lamb'를 반복하여 말하는데, 이 단어의 의미(Meaning)는 '거미가 눈으로 양을 보고 조정한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이단의 세뇌 단어일까, 아니면 양의 돌연변이 일종인 '스파이더 램 신드롬'을 뜻할까, 다각도에서 생각을 많이 했다. 결국 혈관이 거미줄처럼 뻗은 창문 사이로 이스터맨의 모습을 마주하면서, 그가 어느 장소에서나 피실험체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처럼 아웃라스트 트라이얼의 엔딩과 크레딧을 모두 보고 나면, 인트로의 장면이 빨리 감기 되면서 다시금 머코프 시설이 등장한다. 참고로 환생(부활) 이후에는 이전의 플레이어 레벨, 경험치, 진행 과정, 스탯, 장비 등은 모두 그대로 남는다. 대신에 프로그램 X의 임무 보상을 다시금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환생의 장점이다.
이러한 과정은 피실험체가 새로운 요원으로서 전쟁에 참여한 것인지, 혹은 다른 사람이 되어 훈련을 지속하게 된 것인지 혼란스럽다. 반면에 게임 속 시스템까지 개입되어 모든 변화를 일으키길 원한다면, 이건 너무 스토리에 깊게 몰입한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그저 이러한 연속성에 새로운 단서와 특이한 설정들이 호기심을 만들도록 놔두는 것도 엔딩의 매력인 것 같다. 아웃라스트 트라이얼은 기존 전작과 달리 다양한 해석들을 필요로 하며, 대부분 주관적인 것이 사실이다. 직접 게임을 해본 여러분의 생각도 궁금하니, 편하게 댓글로도 적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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